서울 바닥에서 술잔 기울이다 보면 지갑 털리는 건 시간문제다. 업소마다 내거는 간판은 화려하지만, 정작 들어가서 마주하는 현실은 늘 똑같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시작점일 뿐이고, 주문하지도 않은 서비스가 계산서에 올라와도 따지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건 비즈니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낚시다. 특히 주대나 봉사료 항목을 복잡하게 꼬아놓고 정산할 때 말을 바꾸는 곳들이 있다. 이런 장소들은 애초에 정직하게 장사할 생각이 없다.
금액을 미리 확인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구두로 들은 가격은 증거가 남지 않으니 나중에 딴소리하기 딱 좋다. 입장하기 전 확실하게 견적을 묻고 문자로 남겨두라는 조언을 하곤 하는데, 사실 그마저도 현장에서 우기면 대책이 없다. 카드 영수증에 찍힌 금액을 보고 뒷북치는 사람들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미리 확인하지 않은 대가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돈이 아까우면 애초에 그런 시스템을 가진 곳을 가지 않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가끔은 업소 측에서 지인 영업이라며 술을 공짜로 주겠다고 유혹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처음엔 주류값을 안 받는 척하다가 안주나 세팅비로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챙겨가는 게 이 바닥의 생리다. 계산서를 받아보고 나서야 당황하는 모습들은 이제 지겹다.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함정인 게 뻔히 보이는데, 분위기에 취해 판단력을 잃는 게 문제다. 나는 그저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다들 스스로 판 함정에 빠져서 억울해하는 꼴을 보면 딱히 동정심도 들지 않는다.
결국 본인의 돈을 지키는 건 본인의 의지다. 술기운에 판단이 흐려질 것 같으면 아예 지갑을 집에 두고 나오거나, 딱 쓸 만큼의 현금만 들고 다니는 게 상책이다. 카드 결제는 나중에 분쟁을 일으키기에도 피곤하고, 취중에는 금액 확인도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업소의 달콤한 제안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정직하게 장사하는 곳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면, 아예 그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현명하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니 알아서들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