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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2억 권리를 샀다가 전부 날린 가게의 서류를 들여다봤다

2023년 9월 초,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합정 방향으로 200미터쯤 걸어가면 왼쪽 골목이 나온다. 그 자리에서 나는 1년 사이 세 번 바뀐 임대차 실거래확인서를 넘겨받았다. 마지막 주인이 권리를 2억1천에 넘겼고, 그 위 두 번째 주인은 1억6천에 넘겼다. 첫 번째 주인은 권리금 제로로 들어갔다.

같은 자리에서 왜 반복적으로 문이 닫히는가

임대차 계약을 수백 건 다루면서 깨달은 게 있다. 같은 자리에서 반복 폐업이 일어나면, 보통 '자리 탓'을 한다. 그런데 실제 서류를 들여다보면 사연이 완전히 다르다. 중개사들이 교환하는 실거래확인서라는 종이 몇 장이 있는데, 여기에 숨어 있는 조항 하나가 모든 걸 설명한다.

2023년 홍대에서 문을 닫은 업소들을 추적하면, 폐업한 곳과 살아남은 곳의 차이가 하나의 조항으로 귀결된다. '임대인 동의 없는 전대차 금지 조항'. 말 그대로 주인 변경 없이 점포를 돌리면 바로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유흥업소를 비롯해 합정 셔츠룸 같은 술자리 문화를 담당하는 업종들이 이 조항에 자주 걸린다. 밤 시간 특성상 매출 기반이 불규칙하고, 주말과 평일 간극이 크다 보니 인건비 구조를 유지하려면 같은 업종끼리 점포를 돌리는 관행이 생긴다. 이게 계약서상 명백한 위반이라는 걸 모르고 진행하는 사례가 꽤 많다는 게 문제다.

2억 권리를 산 주인은 무엇을 놓쳤나

2023년 7월 홍대 골목 유흥주점이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다. 주인은 3년 전 권리금 2억을 주고 들어갔다. 건물주는 3년 이상 영업을 조건으로 임대차 기간을 설정했는데,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영업시간 위반을 이유로 해지를 통보했다.

실거래확인서에 적힌 영업시간은 17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실제로는 새벽 5시까지 손님을 받았다는 증거가 확보된 거다. 건물주는 그 증거를 근거로 해지를 진행했고, 주인은 2억을 통째로 날렸다. 서류 한 장에 2억이 걸려 있는데, '여기까지 하겠지'라는 추정으로 움직이다간这样的结局을 맞는다.

살아남은 곳들은 무엇이 다른가

살아남은 업소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먼저 권리금 규모와 무관하게 임대차 기간 3년 이상을 확보했다. 2년 미만 계약은 사실상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거나 마찬가지다.

실거래확인서에 변경 가능한 영업 형태나 업종 전환 조건을 명시한 곳도 있다. 유흥에서 일반 주점으로 전환할 때 건물주 동의 절차를 계약서상으로 정리해둔 것이다.

보증금 조정 기준을 합의문으로 남긴 곳도 있었다.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보증금 일부를 반환받는 조건 등이다. 받아내기 어렵지만, 포기하면 3년 뒤에 2억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

유흥 이용 주의사항이라고 하면 주로 손님 관점에서 말하지만, 업소 운영자 입장에서도 계약서상 명시된 범위 밖으로 움직이지 말라는 원칙은 똑같이 적용된다. 홍대 골목에서 2억 권리를 산 주인이 남긴 교훈은 의외로 단순하다. 서류 한 줄에 천만 원 이상의 무게가 있다는 걸 기억하라는 것, 그게 전부다.